무더운 여름.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는 한 축구대회에 나갔다.
그렇게 믿기지 않게도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우리는 끝내 우승을 거머쥐었고
그 중심에는 너와 다른 친구들이 있었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취업을 했고 너는 나보다 먼저 군에 입대를 했어.
군에 입대하기 전에 막창집에서 고맙다며 넌 갔다와서 보자고 했지.
그렇게 친구가 입대하고 나도 머지않아 취업한 곳에서 특례를 받지못해 입대를 했고.
먼저 전역한 너, 그 뒤에 내가 전역을 했지. 전역 한 후에도 꽤 자주 만났어.
꼬박 18시간동안 자전거를 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물에 몸을 한 번 담그고 다시 출발지로 향했지. 일반 자전거였던 우리 둘은
다음 날 엉덩이에 피멍이 들었다며 엉덩이에 불났다고. 웃어댔다.
고등학생 때 처럼 같이 운동도 하며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나는 이사를 했지.
그렇게 10여년이 훨씬 지났고 멀리서 너를 본 것 같다.
리어카를 끌고 가던 할아버지가 무단횡단을 하며 오는 차를 보고 놀라 리어카에 있던 폐지들이
도로에 흩어져서 도와주러 가는데 네가 나타났어.
멀리서 보이는 너의 모습이 사실 아직도 긴가민가해. 너였는지. 아니면 너를 닮은 사람인지.
눈물이 나오려하더라.
힘든 시절을 공유했던 너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너의 연락을 외면하고 연락을 그만하자고 했던 미안함때문이었을까.
너였는지, 너를 닮은 사람이었는지. 아직도 확실하진 않지만 그 추억들과
일련의 사건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아봤어.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소리없이.
힘들 때 옆에 항상 있어줘서 고맙다고 했던 네가 생각난다.
너는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너도 내가 고마운 친구겠지만 너도 나에겐 고마운 친구였다. 고맙다.
(시사)
우원식이 좀더 나을 수 있는 딱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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