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독이 여성 영화를 만들 때 관객입장에서 막연히 갖게 되는 여성들 사이의 유대감이나 공감 같은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차라리 생판 남으로 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서로를 너무도 경멸하지만 가족이라는 질긴 연으로 어쩔 수 없이 같은 모습을 지닌 두 모녀의 이야기.
주연 배우 두 명 다 어디서 본 것 같으면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 하는 행동은 시종일관 고구마를 먹는 느낌이나 그들의 연기만큼은 신인답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가득하다. 특히 모성이라곤 1도 가지지 않은 엄마역의 배우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1도 성장하지 않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데(리코오더 실력만 늘었을 것이다) 그게 나쁘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도 독립하지 않는 딸의 모습은 필요이상으로 긴 이 영화처럼 답답하기도 하였지만 뿌리깊은 둘 사이의 갈등을 어설프게 미화하거나 봉합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나간 감독의 저돌성이 너무 좋았다. 남성에 인물을 대입하여 여성서사를 만들어 나가던 다른 여성영화와는 확연히 달랐던 진정 올해의 여성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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