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PD들 전부 자회사 예능 제작 스튜디오로 옮겨가

"이제 제작사가 방송사보다 우위…앞으로도 스튜디오로 이동 활발할 것"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1. "요즘은 신규 예능 시청률이 1％대만 나와도 다행이에요. 2％ 넘기면 잘한 거고, 3％ 찍으면 회사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겠다고 하죠." (지상파 예능국 출신 책임PD A씨)

#2. "지상파 예능은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콘텐츠로서 품위를 지켜야 하는데, 유튜브를 틀면 온갖 술방 콘텐츠와 19금 토크가 난무하죠. 자극적인 콘텐츠 사이에서 눈길 끄는 게 쉽지 않아요." (지상파 예능국 출신 책임PD B씨)

한 회사에서 20여년간 몸담았던 A씨와 B씨는 지난해 함께 회사를 나와 새로 설립한 예능 제작 스튜디오로 소속을 옮겼다. 방송사에 발이 묶여있는 것보다, 스튜디오로 소속을 옮기는 것이 여러 방송사 및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 유통할 콘텐츠를 제작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28일 방송가에 따르면 예능 PD들이 방송사를 떠나 소규모 제작사인 레이블을 차리거나 독립된 제작사로 옮기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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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지상파에서 비교적 제약이 덜한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채널로 PD들이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잦았다면, 유튜브, OTT 등 예능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방송사에서 스튜디오로 가는 것이 예능 PD들의 주된 흐름이다.

KBS 출신 나영석 PD는 CJ ENM으로 이적했다가, CJ ENM 스튜디오스 산하 레이블인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으로 소속을 옮겼다.

방송사 소속 PD로서의 제약에서 벗어난 나 PD는 이제 더 다양한 플랫폼의 성격에 맞춘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구독자 수 약 633만 명을 거느린 유튜브 '채널십오야'에서 각종 예능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고, '나영석의 나불나불'이라는 채널을 통해 라이브 방송까지 시도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을 연출한 김태호 PD는 직접 스튜디오를 차려 활약 중이다. 제작사 TEO를 설립한 후 방송사 ENA와 tvN에서 각각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리즈, '댄스가수 유랑단'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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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뿐 아니라 다양한 OTT와의 협업도 훨씬 용이하다.

레거시 미디어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국내 시장에 머물지만, OTT를 통한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PD들 입장에서는 훨씬 다양한 시청자층을 만나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TEO에 합류한 정종연 PD는 넷플릭스에서 '데블스 플랜' 시즌2, '미스터리 수사단' 등을 공개할 예정이고, C1 스튜디오를 설립한 '도시어부', '강철부대', '최강야구'의 장시원 PD는 넷플릭스에서 '최강럭비'를 선보인다.

이렇듯 기획·연출 역량을 입증한 PD들이 줄줄이 몸값을 높이며 이적하다 보니, 방송사들은 인력 유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이 이전과 같은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콘텐츠 제작사들이 방송사들보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우위에 있다"며 "앞으로도 능력이 되는 예능 PD들은 스튜디오로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CJ ENM이 대부분 제작 본부를 스튜디오로 분사시킨 것처럼 방송사들은 스튜디오를 설립해 콘텐츠 회사로 변모하려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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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BS는 국내 방송사 중 처음으로 예능 콘텐츠 제작 전문 스튜디오 '스튜디오 프리즘'을 설립했다. 여기에는 SBS 예능 PD를 포함한 예능본부 직원 전체가 옮겨가 예능본부가 하나의 제작 스튜디오로 전환한 셈이 됐다.

스튜디오 프리즘은 "글로벌 OTT를 겨냥한 콘텐츠 제작과 다양한 채널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노려 공동 제작 및 포맷 판매 사업을 확장하고, 국내외 공연 사업 등 신규 사업을 발굴해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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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