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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이 정의선보다 더 받았다…주식보상 빠진 임원 보수공시
수정 2024-01-30 10:08 등록 2024-01-30 05:00
주식보상 커지는데 소득 낡은 잣대 적용
한화·두산·엘에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을 경영진은 물론 대주주에게도 최대 3년 전부터 부여하고 있으나 정부 당국의 대응은 소걸음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토대를 둔 ‘임원 보수 공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회사에서 경영진에 대한 주식보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과세 대상 근로소득 중심의 보수 공시제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멍 난 보수공시 제도
현재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담기는 임원 보수 공시 기준은 급여와 상여금, 기타 소득(복리후생비 등), 퇴직 소득의 합산액인 ‘보수총액’이다. 보수총액이 5억원 넘는 등기임원과,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회사 내 보수총액 상위 5위 안에 들며 그 규모가 5억원이 넘는 미등기임원만 공시 대상이다. 스톡옵션 등 주식보상은 실지급됐을 때만 보수총액에 합산된다.
이런 까닭에 보수총액보다 주식보상의 부여 당시 가치가 훨씬 더 많아도 공시 의무가 없다. 한 예로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2020년 보수 공시 대상에서 빠졌다. 당시 부사장(전략부문장)이던 그는 그해 2월 약 8억5천만원(부여 당시 가치 기준, 한화 추산) 상당의 알에스유 약 3만7천주를 받은 사실이 최근 확인된 바 있다. 2020년 당시 추교훈 전무는 퇴직금 약 6억5천만원을 포함해 보수총액(약 8억6천만원) 기준 상위 5위에 들어 그 내역을 공시했다. 당시 김 부회장이 연봉을 2천만원만 받아도 주식보상을 포함한 ‘총보상’ 규모는 추 전무보다 컸지만 공시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김 부회장은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당시 가치로 약 5억1천만원 상당의 알에스유를 받았으나 이를 뺀 보수총액은 5억원에 미치지 못해 보수 공시 의무 대상에서 빠졌다.
2022년 기준 총보상, 김동관이 정의선 앞질러
급여 중심의 보수 공시제는 애초 보수 공시의 도입 취지인 비교 정보로서의 가치도 떨어뜨린다. 총보상에서 주식보상 비중이 아무리 커도 보수총액만 적으면 비교 대상 기업에 견줘 보수 수준이 낮은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구조여서다.
실제 한겨레가 연간 보수가 공개된 5대 그룹과 한화를 비교해보니 이런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포스코 등 5대 그룹 총수 일가 중 2022년 보수총액(지주사, 또는 지주사 없는 경우엔 주력 계열사 기준, 중복 보수 제외)이 가장 많은 이는 구광모 엘지 회장(94억8천만원)이며 2위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70억원)이다. 같은 해 김동관 부회장의 보수총액은 22억9천만원으로 구광모·정의선 회장은 물론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35억원), 최정우 포스코 회장(28억9천만원, 포스코홀딩스에서 수령)보다 적다.
알에스유를 포함한 총보상 기준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2022년 김 부회장의 총보상은 급여 등 22억9천만원(보수총액)에다 약 19만주의 알에스유(약 55억원, 부여 당시 가치)를 받아 77억9천만원 상당에 이른다. 단숨에 5대 그룹 총수 일가 중 총보상 순위가 2위로 뛰어오르는 셈이다. 구광모·정의선 회장 등은 모두 주식보상을 받지 않았다.
주식보상 비중 커지는데…공시 기준은 10년 전 그대로
현재 임원 보수 공시제는 2013년 자본시장법령 개정으로 마련됐다. 지난 10년간 큰 틀의 변화는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견줘 국내 대기업의 경영진 보상은 급여 등 고정급의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 또는 주식보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이런 변화상이 보수 공시제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한 예로 네이버는 경영진 보상을 급여(기본보상) 비중 20~25%, 상여금 30~35%, 나머지는 주식보상으로 구성하고 있다.
기업들의 보상 체계 전문가인 신재용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한겨레에 “미국 상장사의 경우 주식보상 비중이 70~80%에 이르며 주식보상은 임원 보수 공시에 반영하고 있다”며 “국내도 경영진 보수 구조에서 주식보상 비중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과세 대상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공시토록 한 현재의 보수 공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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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공시 틀려도 정정 않는 기업, RSU 파악 역부족 금융당국
수정 2024-01-30 10:06 등록 2024-01-30 05:00
한화 “정정공시할 정도의 오류 아니다”
금융당국은 국내 상장계열사에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도입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지만 현황 파악도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또 사업보고서 등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 담긴 오류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해당 기업은 정정 공시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알에스유 등 주식기준보상을 기업 공시 서식에 반영하도록 하면서 국내 상장회사의 알에스유 도입 현황도 함께 공개했다. 이를 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알에스유를 도입한 상장회사는 12곳이다. 당시 금감원은 해당 회사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겨레가 파악한 지난해 6월 현재 알에스유를 도입·운영 중인 상장회사는 최소 16곳이다. 한화그룹 계열사 7곳 외에도 네이버·에스케이(SK)·두산·두산에너빌리티·엘에스(LS)·씨제이이엔엠(CJ ENM)·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 등이다. 대주주에게도 알에스유를 부여한 곳은 한화 계열사 일부와 두산·두산에너빌리티, 엘에스뿐이다. 나머지 회사는 대주주가 아닌 경영진이나 종업원에게만 알에스유를 부여하고 있다. 금감원 당국자는 “한해 제출되는 사업보고서만 2천개가 넘고 알에스유도 다양한 명칭으로 (보고서에) 기재돼 있는 터라 정확한 현황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알에스유를 부여한 상장회사가 16곳보다 더 많을 수 있는 셈이다.
이미 당국에 제출돼 공시된 알에스유 관련 공시 중엔 오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2월 중순 이후 부여한 알에스유의 지급 시점을 각 연도 사업보고서엔 10년 뒤(2030~2033) 1월로 명시했으나, 이달 초 공시(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에선 ‘부여일로부터 10년이 지난 날’로 공시했다.
알에스유 부여 수량도 차이가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6월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김동관 부회장에게 4만8101주의 알에스유를 부여했다고 공시한 뒤 올해 초에는 알에스유 중 주식 몫으로 4만8101주를 부여했다고 공시했다. 한화그룹은 알에스유 부여량 중 절반은 주식으로, 나머지 절반은 주식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초 김 부회장에게 부여한 알에스유는 약 9만6천주여야 한다.
지난해 3월 공시된 ㈜한화의 사업보고서와 올해 초 김승연 한화 회장이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에서도 김승모 현 대표이사에게 부여된 알에스유와 그중 주식분이 모두 1만9711주로 같다. 보수 공시와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 공시 중 하나는 오류일 공산이 높은 셈이지만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해당 공시를 정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한화는 2022년 3월21일 제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금춘수·옥경석(이상 대표이사)·김동관(사장)의 알에스유 부여 수량을 최초 공시 이후 3일 뒤에 모두 정정 공시한 바 있다. 한화 쪽은 정정 공시 여부 등에 대한 한겨레 질의에 “전체적 취지를 보면 정정 공시할 정도로 중요한 오류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필요한 경우 (오는 3월 공시되는)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 오류를 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쪽은 “올 상반기 중 알에스유 등 주식보상 공시를 재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email protected]
※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은 12곳은 지난해 상반기 알에스유를 새로 도입한 국내 상장회사의 수이며, 누적 도입·운영한 국내 상장회사는 40여곳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31일 오전 10시 공개되는 한겨레 로그인 전용 콘텐츠 ‘김경락의 기업정보 전면공략’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126412.html
[단독] 공정위, 대기업 총수일가 주식보상 감시망 강화한다
수정 2024-01-30 07:19 등록 2024-01-30 05:00
금감원 이어 RSU 감시 체계 재구축
금융감독원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일부 재벌그룹 등 국내 상장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에 대한 감시망을 재구축하고 있다. 알에스유 도입 확산에 따라 규제 당국의 제도 보완이 뒤따르는 모양새다. 알에스유는 재직기간이나 성과 달성 목표 등을 충족한 걸 전제로 부여되는 주식으로 일정 기간 지급이 제한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27일 한겨레에 “대기업집단이 경영진인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알에스유를 부여하는 경우 이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우선 공시 서식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가 개선을 검토 중인 공시 제도는 ‘대기업집단 현황 공시’와 ‘회사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공시’다. 이 공시에는 총수(동일인)와 특수관계인의 소유(지분) 현황과 회사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내역이 담긴다. 소유 현황에는 보통주와 우선주 보유 현황이, 거래 내역 공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유가증권·자금 등의 거래가 중심이다. 공정위는 이 공시를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변화는 물론 사익 편취,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살피고 필요할 땐 조사에 착수한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사후 유족들에 대한 빌딩 등 부동산 상속 정보와 삼성 계열사들의 임차 정보가 공개된 것도 이 공시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알에스유의 특징과 그룹별 운영 현황 등을 검토한 뒤 이를 공시 서식 개편안에 담을 예정이다. 통상 알에스유는 재직 기간이나 성과 목표 달성 여부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보통주나 이에 상당하는 현금으로 지급되지만, 도입 회사마다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국내에선 한화그룹이 2020년 일부 계열사에 한해 처음 도입했고, 두산·엘에스·네이버·포스코퓨처엠 등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도 뒤따라 도입했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해 말 알에스유를 주식으로 간주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규율 대상으로 삼은 터라 공정위는 알에스유의 성격을 따로 분석해야 할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금감원은 기업 공시 서식을 개정하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부여한 알에스유를 오는 3월부터 공시하도록 한 바 있다.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서식 개정에 맞춰 이달 초 ‘주식 등의 대량보유 보고서’ 공시에 이를 일제히 반영한 바 있다.
유 국장은 “대기업집단 공시제는 대기업집단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동일인과 그 특수관계인의 그룹 지배력 변화와 거래 내역을 시장은 물론 당국이 모니터하기 위한 제도”라며 “시장 환경과 기업 경영의 변화에 따라 제도 보완은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안태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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