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최강 신진서, 삼성화재배 16강 안착

신진서 9단이 27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 미위팅 9단과의 대국에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 바둑 최강자 신진서 9단(22)이 난적을 만나 펼쳐진 어려운 대국에서 집중해 이기며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 바둑랭킹 1위 신진서는 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2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 첫날 중국 바둑랭킹 6위인 미위팅 9단을 맞아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16강에 안착했다. 통산 상대전적도 9승1무4패로 조금 더 벌렸다.

상대전적은 신진서의 우위지만, 미위팅은 결코 얕볼 수 없는 강자다. 이날 대국 전까지 최근 5번의 대국은 3승2패로 신진서가 1승만 더 거뒀을 뿐이었다. 올해 8월 중국갑조리그 2라운드에서 신진서의 중국기사 상대 25연승을 저지한 것도 바로 미위팅이었다.

예상대로 대국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는 접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신진서가 130수 언저리까지 미세하게 우위를 가져가며 승리를 거두는 듯싶었으나 133~134수째 실수를 범하면서 분위기가 단숨에 미위팅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재빠르게 우상귀 쪽에서 실리를 챙겨가며 다시 주도권을 가져왔고, 이후 차이를 쭉쭉 벌려간 끝에 항복을 받아냈다.

그동안 LG배 2번, 춘란배 1번을 우승한 신진서는 삼성화재배와는 유독 우승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2020년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지만 중국 최강자 커제 9단에게 패했다. 특히 결승 1국에서 나온 ‘마우스 오작동’ 사고의 여파가 컸다. 지난해에도 절치부심해 다시 결승에 올랐지만, 박정환 9단을 만나 1국을 잡고도 2~3국을 내리 내주며 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신진서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상금 3억원을 가져간다면 2014년 이세돌이 세운 연간 최다 상금 기록(14억1033만7670원) 경신도 확실시된다.

한편 이달 초 열린 제45기 명인전에서 신진서를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 바둑의 또 다른 강자 신민준 9단은 중국의 양딩신 9단을 만나 173수 만에 불계패 당하며 일찍 대회를 마무리했다.